거인 김대중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는 현대사의 질곡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싸워 이겨낸 사람이었습니다. 그 험난한 투쟁을 화해와 용서로 승화시킨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하여 싸운 투사였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적힌 그대로 민주공화국 시대를 처음 연 진짜 국부(國父)였습니다. 남북화해협력을 통하여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안녕을 구현한 평화의 사도였습니다. 부도난 국가경제를 단기간 안에 재건한 경제대통령이었습니다. 빈부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불완전하지만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처음 시도한 복지대통령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최초의 노벨상을 안겨 준 영웅이었습니다. 국제 사회로부터 널리 존경받는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자 세계적 사상가였습니다. 그에게서도 잘못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가 이룬 삶의 크기는 그러한 시비거리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 땅에는 그런 그를 무작정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도, 근거도 없습니다. 단지 전라도 사람인 그가 싫을 뿐입니다. 무엇이든 그에 관한 나쁜 소문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퍼뜨리는 사람들. 그러나 그는 그런 사람들조차 미워하지 않고 끌어 안았습니다. 그들조차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으로 받들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가 후퇴하는 역주행 시대에 맞서 싸우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영면한 지금 누군가의 말처럼 그에게 진 빚이 무척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당신의 큰 꿈이 이 세상에 넘치기를. 거기서 수많은 김대중을 다시 만나게 되기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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