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는 공정을 어떻게 왜곡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일반화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달러를 빌려주면서 내건 여러 조건 중 하나가 노동시장 유연화였다. 경직된 것을 유연화하는 것은 좋은 뜻 같지만, 단어에 현혹되지 말자.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정규직 수준의 노동조건 보장이 필요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쉽게 쓸 수 있도록 노동법과 제도를 바꾸고 운용하라는 뜻이다. 고용이 유연하지 않은 사회에서 이러한 조치는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었다. 실직자가 넘쳐나고, 가정이 붕괴되었으며,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외환위기는 극복하였지만, 그 후유증은 강고한 비정규직 체제로 남았다. 비정규직의 실상을 보면, 일시적 노동제공이 아니라 오랜 기간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일을..
인권과 법 이야기
2023. 2. 20.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