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길을 가든: 리안의 영화 '색, 계'(色, 戒)
1942년 북경에서 1938년 홍콩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되는 (Lust, Caution)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합니다. 항일운동에 뛰어든 연극부 대학생들이 친일 괴뢰정권의 정보관료인 이장관(양조위)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왕 치아즈(탕웨이)를 막부인으로 둔갑시켜 이장관의 부인(조안 첸)과 친하게 만든 다음 이장관에 대한 미인계를 써서 암살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제목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욕망(본능)과 주의심(이성) 사이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어느 쪽이 이기느냐 하는 문제라고 할까요(더 복잡한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이것이 이장관 뿐만 아니라 왕 치아즈에게도 해당되는 양면적인 문제로 다루어지기에 영화 내내 흐르는 긴장의 진폭이..
영화 이야기
2007. 11. 19.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