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들어선 건물과 그 주변 물의 흐름이 뭔가를 떠오르게 합니다. 강한 기시감. 바로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년생)의 건축물입니다. 원주의 '뮤지엄 산'에서 본 건축물 모습과 비슷합니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아닌 것 같은데, 물을 활용한 설계 때문에 그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럼 단순한 아류작? 세상에 가장 흔한 것인 물을, 안도 다다오만 건축에 활용하라는 법은 없을 터. 찬찬히 살펴보니 설계자의 독창성이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건축물의 재질입니다. 안도 다다오와 달리 여기서 건축물의 벽면은 거대한 거울이자 화폭으로 기능합니다. 주변 빛과 물의 풍경이 함께 건물에 반영되어 끊임없이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냅니다.
마치 장태묵 화백이 물에 비친 영상에서 진경을 찾아내듯 이곳 건축물의 벽면은 실제 풍경의 반영이자 그 자체가 인상파 같은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특히 노을빛 비친 벽면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햇빛이 변하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대형 풍경화를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뮤지엄 산'에서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1943년생)의 설치미술이 인상적이었지만 여기서는 건물과 그 주변의 물이 풍경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 그 자체가 설치미술로 탈바꿈합니다. 알고보면 평범한 것이지만, 설계자의 발상 전환이 만들어낸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건물은 그 자체로도 미학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대상이지만, 그것이 화폭이 되기도 하니 참 희한한 체험이죠.
사람이 만든 건물, 인공적으로 만든 연못(?)의 물, 주변 풍경이 햇빛의 힘을 빌려 늘 변하는 멋진 풍경화를 만들어냅니다. 우리 삶도 홀로 우뚝 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대고 도우며 빛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산 모나무르는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결혼식장, 조각공원이 모인 상업시설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이에게는 참 특별한 곳입니다. 거장을 모방하면서도 작지만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해낸 좋은 본보기가 아산에 있었습니다. 멋진 곳입니다. (설계자: 정효빈, 백경욱, 장한)
다음에 또 봐요, 내 사랑(MON AM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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