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뒤마 피스(Alexandre Dumas fils, 1824~1895)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아버지와 이름이 같아 이름 뒤에 아들이라는 뜻의 'fils'를 달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번역어의 영향으로 소(小) 뒤마라고도 불립니다.
서사극으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와는 달리 아들 뒤마는 사회 문제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내밀한 모습을 아주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소외되거나 업신여김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깊은 공감이 그의 작품 밑바닥에 흐르고 있어 큰 감동을 줍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일본어 번역제목인 <춘희>로 잘 알려진 <동백꽃 아가씨>입니다. 이 소설은 연극은 물론이고 베르디가 쓴 불멸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주인공 이름이 모두 바뀝니다)로도 큰 인기를 얻었지요. 그레타 가르보와 로버트 테일러가 나오고 조지 쿠커가 연출한 멋진 고전영화도 기억나네요.
뒤마의 <동백꽃 아가씨>는 연애소설의 틀에 가둘 수 없는 작품입니다. 두 연인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 탐욕, 편견, 허무함, 그리고 냉혹한 사회 현실을 잘 드러낸 걸작입니다.
마르그리트 고체가 사랑한 동백꽃의 꽃말은 색마다 다르다고 합니다만, 사랑, 기다림 같은 말이 대표적인 것 같아요. 역사에 남을 순애보의 주인공을 상징하는 꽃이니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뒤마의 걸작과는 상관 없지만, 동백꽃을 보면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나 가수 이미자 선생의 노래 <동백아가씨>(같은 제목 영화의 주제가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박정희 정권 시절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음)도 떠오릅니다.
1월초 제주의 '카멜리아 힐'에서 수많은, 아름다운 동백꽃을 보고나니 비련의 동백꽃 아가씨가 먼저 떠올라 몇 자 적었습니다. 꽃마다 제각각 다 이름이 있을 터인데 그쪽에는 아는게 전혀 없어 아쉽네요. 꽃 이름, 풀 이름, 나무 이름 등등 기억하시는 분들 보면 늘 경이롭습니다.
제주 카멜리아 힐, 저마다 아름다운 동백꽃 아가씨들을 만난 특별한 곳으로 오랫 동안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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