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은 13이라는 숫자를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돌아온 셜록 홈즈>(셜록 홈즈의 귀환)에는 13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도일은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홈즈의 작가가 아니라 역사소설가로 인정받기를 원했기에 기회만 있으면 홈즈 이야기를 중단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귀환>에 실릴 단편을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하다가 12번째 작품을 마친 뒤 기다렸다는 듯이 펜을 놓았습니다. 이때 독자들이 ‘제2의 오점’(또는 혈흔, 얼룩) 사건을 지적하고 나옵니다.
잘 알려진대로 도일은 홈즈 시리즈 단편소설 첫머리에, 홈즈가 다룬 A 사건, B 사건, C 사건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저런 형편 때문에 D 사건을 다루겠다는 식의 말을 종종 해왔고, 이렇게 발표되지 않고 묻혀진 사건들이 꽤 됩니다(이처럼 소개되지 않은 사건들은 후에 다른 작가들이 쓴 홈즈 이야기의 창작 소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도일은 ‘제2의 오점’ 사건에 관하여는 제2단편집 <회상>에 수록된 ‘누런 얼굴’과 ‘해군조약문서 사건'에서 두 차례나 언급하였습니다. 독자들은 이 점을 물고 늘어지며 이제 그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였고, 도일은 마지 못해 <제2의 오점>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드물게도 13편이 실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이 부분까지는 조용만 외 옮김, 셔얼록 홈즈의 귀환, 동서추리문고판의 해설에 기초하였음).
재미있는 것은, <귀환>에 수록된 ‘제2의 오점’ 사건은 ‘해군조약문서'에 소개된 사건 내용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후자의 작품에서 도일은 그 사건에 여러 나라 탐정들이 관여하여 홈즈의 활약상에 경탄하였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였지만, 정작 <귀환>에 실린 '오점'에는 그러한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누런 얼굴’에 소개된 ‘제2의 오점’은 이들 두 사건과도 전혀 다른 사건인 것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누런 얼굴’은 어떤 면에서 홈즈가 실패한 사건이고, 왓슨은 소설 첫머리에 ‘제2의 오점’이 그와 같은 계열의 사건인 것처럼 암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귀환>에 실린 ‘제2의 오점’은 홈즈 혼자 힘으로 연극배우같은 멋을 부리며 제대로 해결된 사건입니다.
셜로키언의 전통에 따라 이를, 도일의 착각에 따른 모순으로 보지 않고, 합리적으로 풀이하자면, <귀환>에 실린 작품과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제2의 오점' 사건이 있었고--그런데 과연 3건이나 같은 제목의 사건이 있었을까요?--이것이 끝끝내 발표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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