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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 첫 번째

셜록 홈즈 읽기

by 최용성 2007. 7.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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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셜록 홈즈 전집 : 청산문화사 판 

    셜록 홈즈 전집이 나와 화제가 된지도 오래되었다. 황금가지판은 국내 최초의 완역본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사실이 아니다. 1970년대에 청산문화사(동남문화사라는 이름으로도 나옴)라는 곳에서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 전부를 수록한 10권 짜리 세로쓰기 하드커버 전집이 나온 적이 있었다. 역자는 김현문 씨로 되어 있었지만, 도저히 한 사람이 번역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이 문장이나 표현이 일관성 없이 제각각이었다. 대다수 번역이 기본을 의심할 정도로 엉망이어서 이 전집을 본 친구들 사이에서 “학원강사인 역자가 수강생들에게 번역 숙제로 내주어 전집을 만든 것 아닌가”라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였었다. 심지어 책 표지에는 '호움즈'이고 본문은 '호옴즈'였으니 그 무성의함은 충분히 짐작이 가실 것. 편집도 엉성하였다. 단편집 별로 분류되지도 않았고 수록순서도 아무 기준이 없이 제멋대로였다. 제1권에는 <바스커빌 가문의 개>가 자리하였고, 그나마 제1권의 번역이 가장 훌륭하였다. 그래도 마지막 열권째 책 말미에 해설을 실어 홈즈 시리즈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최소한의 서비스는 잊지 않았었다. 이 독특한 전집의 정식 명칭은 “셜록 호움즈 대전집: 대지혜” 또는 “대지혜: 셜록 호움즈 대전집”이었다.

 

                                                 

 

    청산문화사는 시대를 앞서 멀티 버전을 만들던 선구자였는지(?) 책의 형태도 그야말로 다양했다. 앞표지나 등표지에 ‘대지혜’가 크게 찍힌 고급스러운 전집 버전, ‘셜록 호움즈 대전집’이 더 크게 찍힌 비슷한 전집 버전, 그리고 ‘대지혜’는 찍히지 않고 각권마다 서로 다른 표지그림을 실은 단행본 하드커버 버전 등이 그것이다. 각 버전마다 당시 유행대로 종이 케이스를 따로 두었다. 셜록 홈즈가 솔로몬도 아닌데 ‘대지혜'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호움즈의 큰 지혜를 배워야한다는 마케팅 용 홍보에서 비롯되었다. 겉표지나 속표지의 디자인도 특이하게 다양하였다. 단행본으로 나온 10권에는 각 표지마다 후안 미로(또는 그로 기억되는 화가)의 그림, 뤼팽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컬러삽화, 담배를 문 젊은 여자 사진과 같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진이 작품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이 제멋대로 사용되었다. 반면 대전집은 아무 그림없는 붉은 빛의 양장본을 비닐로 싸둔 고급스러운 형태였지만, 책 앞뒤 안쪽 표지나 속표지를 보면 더 가관이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삽화와 미국영화로 추정되는 사진, 피부병 걸린듯한 사람의 한쪽 눈을 확대시킨 사진 등이 흑백으로 실려 난잡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도대체 그것들이 셜록 홈즈 이야기와 무슨 상관인지? 편집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고 기괴한 전집이었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모아둔 용돈으로 청계천까지 가서 어렵사리 구했던 전집이지만, 위와 같이 결함이 많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다가 그 뒤 누군가에게 주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매우 후회된다. 문헌적 가치가 전혀 없지는 않았을 터인데. 좋은 것만 보존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던, 철없는 시절의 실수였다고 해야 하나.

 

미완의 전집 : 동서문화사 판

    아쉬운 미완의 전집(?)도 있다. 7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한 동서추리문고에서도 대부분의 작품이 완역되었었는데, 아쉽게도 분량문제로 <귀환>에 실린 3편이 빠지는 바람에 완역본 전집의 위업은 달성되지 못했던 것.

    이 시리즈의 번역은 일본식 표현이 눈에 띠기는 하지만 생동감과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격조가 느껴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고 기억한다. 특히 각 권마다 실린 해설이 읽을만 하였다. 그 중 단편집 5권은 조용만-조민영 부녀 영문학자가 번역하였다. 셔얼록 홈즈, 와트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이 시리즈 중 <귀환>을 보완하고 표현을 가다듬어 다시 나올만 하다고 생각한다.

 

소녀소년들을 위한 단행본 전집

    소년소녀 판도 포함시킨다면 계림출판사에서 1970년대부터 각 단행본으로 나온 것을 모으면 전집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원서를 번역한 것이 아니라 도일의 원작을 새로 구성하여 쓴 것이니 완역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이처럼 소년소녀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쓴 셔얼록 호움즈(원래 발음에 가장 가까운 표기?) 이야기가 도일의 오리지날 못지 않게 재미있었다는 것. 예를 들어 <모험>에 실린 ‘푸른 홍옥’ 같은 경우에 베이커 거리 221B까지 속아서 따라온 범인을 두고 “여기까지 따라와서 나인 줄 몰랐다니? 와트슨, 자네가 쓴 책이 그리 잘 팔리지는 않았나 보군”이라고 호움즈가 익살을 부리는 장면이나 푸른 홍옥의 주인인 귀부인을 불러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퍽 참신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또 <사건집>에 나온 ‘은퇴한 물감장수’ 나 ‘소스콤 장원’ 같은 작품은 원작은 다소 시시하다고 할 수 있는데, 계림출판사 판에서는 이를 각각 ‘공포의 금고실’과 ‘미이라 묘의 수수께끼’라는 멋진(?) 제목으로 각색하여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게다가 멋진 삽화까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셔얼록 호움즈와 와트슨이라는 표기를 고집한 이 판본을 보관하지 않은 것도 후회된다. 이것이 우리 편집진이 다시 쓴 것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나온 아동판을 옮긴 것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이런 판본도 관심을 둘만 하다고 생각한다.

                                                

 

황금가지 판에서 받은 인상

    이처럼 청산문화사의 완역 전집, 3개의 단편만 제외된 동서추리문고의 완역본이 이미 있었으니 황금가지판이 ‘최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최신판 전집이 나와 한때 셜록 홈즈 르네상스를 불러 일으킨 것은 반가운 일이고 역자가 한 사람인 점도 좋았다. 그러나 일단 장편 4권만 놓고 살펴보니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인명 표기들이 부정확한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말 대화나 문장에 생동감이 부족하거나 19세기 영국인들의 품격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대화의 주체가 누군지 다소 오해할 수 있게 편집된 방식도 개선되어야 할 점. 일본어 판을 많이 참조하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동서추리문고의 번역에는 어떤 생동감과 일관성이 있었다. 특히 작품별 해설이 실리지 않은 것은 더더욱 아쉽다.

 

    <주홍색 연구> 뒤에 <네 사람의 서명>이 나오게 된 배경, 그리고 <바스커빌 가문의 개>가 ‘최후의 사건’ 이후에 발표된 점 등등과 같이 창작순서나 배경에 대한 기본 설명조차 없는 것은 전집으로서는 너무도 불친절한 일이다. 이런 불친절은 번역에서도 계속된다. 예컨대 <공포의 계곡>에 나오는 bodymaster의 개념을 제1부나 제2부 동일하게 몸주인이라고 번역할 것이 아니라 문맥에 맞춰 각자 다르게 번역하되, 같은 단어가 영국과 미국에서 달리 이해되는 배경 즉 당시의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를 도일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역자주 정도는 달아 놓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인명이나 지명, 고유명사에 영어표기를 병기하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독자들 수준을 너무 낮게만 잡은 번역 같아 성인을 위한 완역본이라는 취지가 퇴색한다. 페이지마다 글자 수도 너무 적어 마치 어린이 용 서적을 보는 듯하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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