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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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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성 2008. 8. 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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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애호가들 중에는 뮤지컬을 오페라보다는 격이 떨어지는 장르로 간주하는 분이 많다. 아예 뮤지컬은 클래식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슈타인이 만들어낸 주옥같은 뮤지컬들, 예를 들어 <남태평양>, <왕과 나>, <오클라호마> 등등을 들어보라. 이처럼 아름다운 유산을 클래식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 삶에 대한 긍정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낙관, 그리고 귀에 착착 달라붙는 맛깔스러운 노래의 연속 등등. 이것이야말로 대다수 고전 뮤지컬이 갖는 놀라운 힘이다. 노래와 춤이 결합된 이 매혹적인 장르는 사람이란 즐겁고 행복하게 지금 이곳에서 충실하게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영화화된 뮤지컬 음악의 경우에는 주로 사운드트랙을 통하여 듣는 경우가 많겠지만, 잘 찾아보면 여기서도 다양한 연주자들이 참여한 좋은 해석을 만날 수 있다.

 

플로렌스 핸더슨, 마리아 폰 트랩, 메어리 마틴

 

    메어리 마틴이 마리아 폰 트랩 역을 맡아 청정하고 힘차게 부르는 오리지날 브로드웨이 캐스트 앨범인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정말 좋은 음반이다. 영화에 나왔던 줄리 앤드류스의 매력이 너무나 뛰어나 누구도 그 아성을 넘지 못하리라 생각하였지만, 메어리 마틴은 옛날식 창법이 귀에 덜 익숙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음반을 끝까지 다 듣도록 하는 매력을 지닌 훌륭한 가수이다. 발성이 자연스럽고 가사 전달력이 탁월하며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 리즐과 함께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을 부를 때의 모성 표현을 들어보시면 금방 느낌이 올 것이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도 훌륭하다. 특히 클라임 에브리 마운틴을 부른 패트리시아 뉴웨이의 절창을 듣노라면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가슴이 벅차 오르는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는 맥스와 엘자(엘레나 파커)에게는 전혀 노래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원래 이들이 부른 노래도 몇 곡 있다. 그 중 하우 캔 러브 서바이브, 영화에서 빠진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듀엣 곡이다. 영화의 사운드트랙 음반은 어윈 코스탈의 기름지고 풍성한 편곡이 매력인 반면, 이 음반은 기름기가 적고 소박하며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주는 상큼함이 돋보인다.

 

 

    보너스 트랙으로 로버트 러셀 베넷이 편곡한 16분이 넘는 관현악곡이 담겨 있는데, 메들리 곡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밋치 밀러의 --도 보너스이다. 오리지날 브로드웨이 캐스트 앨범에서는 사운드트랙에서 듣지 못한 곡들을 여럿 들을 수 있어 좋지만, 아쉽게도 아이 해브 컨피던스섬씽 굿같은 좋은 노래가 빠져 있다. 가장 많은 노래를 담고 있는 음반은 아무래도 마리아 폰 슈타데가 마리아를 부른 에리히 컨즐의 신시내티 팝스 음반(텔락)일 것이다. 이 음반도 애호가들의 필청반으로 추천하고 싶다.

 

    소니의 엔지니어들은 초기 스테레오 녹음을 히스 잡음 없이 선명하게 잘 복각하였다. 통상 잡음을 없앤다고 하면서 공간 정보나 홀톤을 함께 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곤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음반은 그렇지 않다. 메이저 음반사의 리마스터링 중 내가 가장 신뢰하는 소니의 SBM 방식이 적용되었다. 물론 히스 잡음을 그대로 둘 경우 약간의 공기감이 더 감돌고 원음을 왜곡시키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처럼 순수주의만 고집하다보면 오랜 세월 마스터 테이프의 열화에 따른 히스와 찌그러짐으로 인하여 귀의 피로가 생겨나는 경우도 있으니, 이 정도라면 1959년 녹음의 리마스터링으로는 최고수준이라고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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