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쿤젤(Erich Kunzel. 영어식 발음으로는 부정확할지 모르지만 그냥 이렇게 읽도록 하겠습니다)이 2009년 9월 1일 74세의 나이로 영면했습니다. 신시내티 팝스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텔락 레이블과 수많은 베스트 셀러 음반을 만들어냈던 지휘자이지요. 아서 피들러 이후 팝스의 전통이 쇠퇴하여 가던 시기에 나타난 그는 수많은 베스트 셀러 음반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남긴 음반은 연주회 음악은 물론이고 영화음악에서 뮤지컬, 팝송에서 빅밴드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어떤 음반이든 신시내티 심포니의 정예로 구성된 연주자들이 제1급의 실력을 맘껏 뽑아내고는 하였습니다.
물론 그의 클래식 음반은 기존 명연들에 비하여 가볍게 취급되기도 하고, 그의 영화음악 음반은 오리지날 사운드트랙과 비교하여 이런 저런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쿤젤의 해석에는 음악을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주는, 사뿐하게 흐르는 즐거운 가벼움 그리고 흥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가 지휘한 로자의 서사극 음악이나 라벨의 볼레로, 뮤지컬, 서부영화음악, 빅밴드 재즈, 헨리 맨시니 컬렉션,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6부작 모음곡, <스타트렉> 등등 어느 음반을 듣더라도 우리는 편하게 음악에 빠져 들게 됩니다. 특히 오디오파일 레이블인 텔락과 공동 작업을 한 덕분에 그의 모든 음반들은 오디오의 성능을 시험하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74세면 지휘자로서는 한창 때이기에 더 아쉽습니다.
올해에는 유독 좋은 분들이 많이 세상을 떠나나봅니다. <소름>, <국화꽃 향기>, <싱글즈>, <청연> 등에서 열연한 우리 시대 훌륭한 여배우인 장진영 씨(1974-2009)도, 그리고 한참 지났지만 데이빗 린의 <닥터 지바고>와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인도로 가는 길>, 프랑코 제퍼렐리의 <나자렛 예수>, 전쟁영화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이탈리아 파시스트 침략군과 싸우는 이슬람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사막의 라이온> 등등 여러 편의 유명한 영화들을 위한 음악을 작곡한 거장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 1924-2009)도, 그리고….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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