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환 화백이 여수 앞바다의 노을을 화폭에 담아낸 2021년 작품입니다. 해돋이가 하루를 여는 희망이면서도 고된 하루의 시작이라면, 노을은 하루가 끝나 빛을 잃어가는 아쉬움이면서도 고됨에서 벗어나 안식과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여수인상-노을>은 빛이 저물기 직전 저물어가는 태양의 찬란한 마지막 향연이 강렬한 펼쳐지면서 그 속에 깊은 평온에 이르는 길이 열리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 걸작입니다. 강렬한 노을 빛이 푸른 하늘을 덮으려고 위세를 자랑하지만 이미 태양은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바다에 떨어진 태양은 노을빛으로 물든 물길과 연결되고 노을빛 물결은 태양을 향하여 상승하려는 듯하면서도 왼쪽 갈래로 갯벌 즉 대지에 뿌리를 내리면서 초월을 갈구함과 동시에 안식과 평안의 길을 열어 젖힙니다.
그림 양쪽의 검은 섬과 갯벌의 채도는 곧 다가올 어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길 오른쪽에 자리잡은 2개의 섬은 그보다 작은 왼쪽 섬과 대칭상 불균형하지만 왼쪽 갯벌에서 더 강렬히 빛나는 노을빛, 그에 대비하여 오른쪽보다 더 어둡게 표현된 여러개 검은 갯벌 덩어리들이 왼쪽 섬과 함께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며 생기는 긴장과 리듬을 통하여 아름다운 조화와 균형을 달성합니다. 왼쪽 갯벌과 물길에 짙게 드리운 노을빛에 비하여 채도가 낮게 희미한 흔적만 비친 오른쪽 갯벌의 노을 주변에서 우리는 화면 위의 푸른 하늘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 푸른 빛이 갯벌 전체에 여전히 남아 비치고 있음을, 노을만이 주인공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림이 담고 있는 자연의 이치에 경이로운 마음마저 들게 됩니다. <여수인상-노을>은 화면 구도를 절묘하게 분할하여 색과 형상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진정한 거장의 작품입니다.
이렇게 실경에서는 느끼지 못하거나 놓칠 수도 있는 아름다움을 화가는 화폭에 감동적으로 담아냅니다. , 어둠과 밝음, 형상과 색채의 대비가 극적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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