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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나이더(Znaider)의 브람스와 코른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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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성 2009. 3. 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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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람스(Johannes Brahms)와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를 함께 묶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전통의 적자(嫡子)라고 할 수 있으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두 협주곡 모두 기품있는 낭만적 서정성과 따뜻한 인간적 향취, 그리고 품격높은 탐미성을 지니고 있으니 어쩌면 아주 적절한 조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니콜라이 즈나이더(Nikolaj Znaider)는 이미 여러 장의 음반을 통하여 우리에게 이름을 알린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정교하고 아름답게, 다소 여성적인 음색으로 곡의 세부를 파고 들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전체를 그릴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한 연주자이다. 특히 기교의 안정성은 동시대 어느 바이올리니스트에 견주어도 앞자리에 있다고 할 정도로 빼어난 편인데, 그러한 그의 특징이 이번 신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도전하였다가 절반의 성공만 보여주곤 하는 브람스 협주곡에서도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의 브람스를 들려준다. 서두르지 않고 호흡이 유장하면서도 정교하며 세련된 브람스이다. 이런 기조는 마지막 악장에까지 이어진다.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도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의 해석에 공감하여, 독주자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흐름에 적극 호응한다. 선호도가 갈릴 지점은 이쯤일 것. 이 곡을 바이올린과 관현악의 투쟁, 그리고 바이올린의 마지막 승리로 듣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한 해석은 따로 있으리라. 즈나이더와 게르기예프가 만들어내는 브람스는 치열하게 불타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즈나이더와 게르기예프의 빈 필이 만들어내는 고전적으로 아름답게 균형잡힌 브람스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실황으로 녹음한 때문인지 빈 필의 앙상블이 다소 정교하지 못한 대목(특히 둘째 악장)도 간혹 보이지만, 즈나이더의 놀랄만한 기교가 모든 사소한 흠을 덮어 버린다.

 

Erich Wolfgang Korngold, pianist Emanuel Bay and Jascha Heifetz rehearsing the Concerto

 

    코른골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제 보편적 레퍼토리로 안착한 듯하다. 하이페츠의 전설적인 모노음반부터 시작하여 길 샤함, 안네-조피 무터(SACD로 들으면 더 좋다) , 이착 펄만, 울리케-아니마 마테, 제임스 에네스 등등 많은 명연이 음반으로 나와 있다. 영화음악에서 멜로디를 따 왔다는 이유로 이 곡을 영화음악 짜깁기 정도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건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코른골트는 영화음악 같은 음악을 작곡한 사람이 아니라 영화음악이라는 장르를 만든 사람들 중 하나이다. 마치 오페라를 쓰듯이 가사없는 오페라인 영화음악을 작곡하여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연 그의 음악세계를 쉽사리 평가절하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영화음악이든 오페라이든 콘서트 음악이든 그의 음악 사이에는 어떤 단절이나 위화감도 없다. 

 

    코른골트의 개성이 잘 발현된 이 협주곡은 할리우드 황금시대의 거장인 미클로시 로자(Miklos Rozsa)의 협주곡과 함께 마스터피스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정교하고 세련된 즈나이더의 바이올린은 후기 낭만주의의 탐미성이 지배하는 코른골트의 협주곡에 아주 잘 들어 맞는다. 음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여유있는 템포를 바탕으로 긴 호흡 속에서 빛깔과 셈여림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그의 연주를 통하여 코른골트의 매혹적인 선율과 화성은 피어오르고 무한 확장하는 듯하다. 게르기예프와 빈 필하모닉의 협연도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다.이런 좋은 음반이 SACD로 출시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녹음에 관하여 간단히 몇 마디만 해두자면, 독주악기가 잘 들리면서도 그것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대공간의 조화를 해치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게인이 좀 낮게 설정되어 있어 소리를 키워 듣는게 좋다. 브람스는 추천이고, 코른골트는 특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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