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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메스터 911 마크 3와 하베스 모니터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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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성 2012. 6. 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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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양은 내면의 실질을 반영하는가? 적어도 부르메스터 911 마크 3 파워앰프라면, 그렇다. 투명한 은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자태 그대로 소리가 나온다. 윤곽이 뚜렷하면서도 파도같이 도도하게 밀려오는 강력한 저역 위로 맑고 투명한 중고역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진정 고품위한 순은의 소리이다! 아마 이 부분에서 취향이 갈릴 수도 있겠다.

 

    내가 애장하는 파워 앰프는 저항과 콘덴서의 안티폰_X 버전. 정상규 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11호기이다. 300B 싱글 모노블록인 이 앰프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맑고 투명하면서도, 힘 좋은(그렇다. 프리앰프도, 소스 기기도 구동력이 있다!!!) 프리앰프만 제대로 물려주면, 스피커를 거의 가리지 않는 강력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이런 소리에 일단 익숙해지면 어지간한 파워앰프를 듣더라도 맑고 투명하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게 된다. 그런데도 부르메스터 911 마크 3 파워앰프는 첫인상부터 맑고 투명하다. 부르메스터의 짝이 된 스피커는 하베스의 모니터 40. 원래 프로용이지만, 무늬목 마감을 하고 트라이 와이어 단자를 장착하여 가정용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처음에는 포트를 맨 하단에 위치시켰다가 우퍼와 미드 사이로 옮긴 버전이다. <앱설루트 사운드>에서 2002년 골든 이어 상(Golden Ear Award)을 받기도 한 모니터 40은 브리티시 사운드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걸작 스피커이다. 전용 스탠드에 올라선 그 모습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존재감이 있다. 이 스피커는제작자의 주장에 의하면 녹음공간에서 마이크가 몇 센티미터 움직이는 것까지 포착할 정도로해상력이 좋고 정확하며 중립적이다. 악기의 울림이나 목소리가 매우 사실적으로 들린다. 3차원 이미징과 포커스도 뛰어나며 음장은 안으로 깊게 잡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스피커의 가장 큰 덕목은 모니터이면서도 모든 소스를 음악적으로 수렴하여 아름답게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데에 있다. 문제는 통울림으로 인하여 과포화되거나 느려질 수 있는 저역을 제대로 구동하려면, 단단한 스탠드와 옆벽과 뒷벽에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세팅, 속도가 빠르고 댐핑이 좋은 파워 앰프가 필요하다는 것. 그렇기에 모니터 40은 부르메스터 911 마크 3의 실력을 평가하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한 스피커이다.

 

    부르메스터 911 마크 3의 저역 구동력은 아주 훌륭하다. 시원찮은 파워앰프를 만나면 풀어져 윤곽이 흐려질 수도 있는 모니터 40의 저역이 강력하고 단단하게 구동된다. 파도처럼 도도하게 밀려나오는 소리이다. 공간을 장악하는 정도가 아니라 넘쳐날 정도이다. 이쯤 되면 댐핑 팩터 3000 이상이라는, 믿기 힘든 수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형기인 모니터 40의 풍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역시 넓은 공간에서 대형 스피커에 물려 여유있게 들어야 할 파워앰프임이 분명하다. 해상력은 단연 최고수준이다. 녹음 정보를 아주 쉽게 세세히 보여준다. 종종 해상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음상이 가늘어지거나 소리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기기들도 있지만, 부르메스터 911 마크 3는 차원이 다르다. 셈여림(다이나믹)의 묘사, 3차원 이미징 혹은 레이어링, 포커스, 빠른 저역 응답 등등과 같은 하이엔드의 덕목을 새삼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본기가 출중하다. 반복하지만 이 앰프의 소리는 맑고 투명하다. 화사하고 밝지만, 지나치지 않다. 순은의 시원함은 느껴지지만 차갑지는 않다. 적절한 습기와 윤기도 있다. 소리의 감촉은 비단결같다(silky)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흔히 비단결이라고 말하면 부드러움만을 연상하기 쉽지만, 기분좋게 까칠까칠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실크 표면의 복합적인 감촉을 나타내려는 뜻으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란다.

 

    위풍당당하지만 의외로 아담하고 정감이 가는 크기이다. 몸체를 손으로 만져보면 기분좋은 정도로만 열이 난다. 대출력 파워앰프가 뿜어내는 열에 질린 사람이라도 이 정도라면 다시 유혹을 느낄만 하다. 이 앰프에는 자사 제품인 고급 전원 케이블도 따라 나온다. 시간이 없어 다른 하이엔드 파워 코드들과 바꿔가며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전용 파워 코드의 단자를 금도금해둔 것만 보아도 상당한 정성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고품위한 순은의 맑고 화려하며 투명한 소리, 그리고 댐핑이 높은 강력한 저역의 에너지가 실린 소리를 선호하는 분들을 위한 앰프이다. 부르메스터 풀 라인업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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