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날만큼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계이다. 비엔나 출신인 후기 낭만주의의 대가가 20세기 초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갈등을 유럽 관현악 전통에 담아 표현하였는데,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영화를 통하여 가장 미국적인 음악, 나아가 헐리웃 영화음악의 전형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요즘 기준으로야 감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음악이 담고 있는 정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코른골트만의 세계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음악이다. 이 음악이 실어 나르는 여러 가지 감정은 결국 희망을 향하고 있다. <킹스 로>의 주제들이, 비극적인 슬픔 속에서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코른골트의 걸작 교향곡 넷째 악장에 다시 쓰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첫 팡파르 도입부에서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스> 메인 타이틀 음악에 미친 코른골트의 영향도 느낄 수 있다.
영화음악 자체의 유기적 연결성(이어서 연주하면, 마치 한 편처럼 자연스럽고 통일된 흐름이 생긴다)이라는 측면에서 코른골트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작곡가였다. 그러한 점을 의식하여서일까. 찰스 거하트(Charles Gerhardt)는 곡 전체를 두 개의 악장으로 나누어—아마도 LP 시절 레코드 양면을 의식한 구성이었을 것이고, 실은 한 편으로 구성하여도 된다—2악장의 교향시로 연주하고 있다.
황금시대 고전 영화음악의 부흥에, 아울러 코른골트 르네상스에도 크게 공헌한 지휘자답게 그의 열정적인 지휘 아래, 런던의 일급 연주자들이 모인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낭만적인 감성을 담아 풍성하면서도 따뜻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영화를 모르고 들어도 참 좋은 음악이다. 음반의 제작자는 작곡가의 아들 조지. 세대를 뛰어넘어 위대한 예술작품은 재발견되고 재해석되는 법이지만, 그 선봉장 역할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2세가 하였다면 더 행복한 일일듯.
로널드 레이건이 출연한 이 영화의 제목을 처음 들은 코른골트는 유럽을 무대로 한 역사극으로 착각하여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다며 좋아하였다고 한다. 그런 혼란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일어나 이 영화의 제목을 ‘왕의 소동’이나 '왕'이 들어가는 다른 제목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다음을 검색하면, 헐리웃 고전영화들을 잘 소개하고 있는 블로그 http://blog.daum.net/uniglass/31에서 '폭풍의 청춘'이라는 번역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런 제목으로 개봉되었는지 여부는 모르겠으나, 영화의 내용에는 더 가까운 번역제목일 것이다—킹스 로는 미국에 있는 어느 마을의 이름이다. 아이들을 키우기 좋을 정도로 따뜻한 인간의 정이 흐르는 그런 마을...바로 눈물나게 따뜻한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코른골트의 음악이 제대로 어울리는 풍경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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